명절상차림 어떻게 음식을 놓아야할까?
설, 추석 명절 차례상과 제삿날 늘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 바로 명절상차림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여기 저기 놔라 치워라 옮겨라하시곤 서로 이게 맞다 아니다 너무 헷갈리시죠? 이젠 고민하지마시고 위에 사진을 기준으로 놓으시되 집안의 스타일, 지역별 스타일에 맞게 살짝 위치를 바꿔주시면 됩니다. 더 이상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 등으로 차림의 규칙을 놓고 다투지맙시다. 이런건 유교에 애초에 나오지도 않을 내용이니까요. 더 이상 감놔라 배놔라하지 맙시다!
기본적인 명절 제사상차림 방법
1열_신위(지방), 수저를 담는 그릇인 시접, 술잔, 밥, 국등이 올라가는 열입니다. 1열에 촞대를 양옆에 두기도 합니다만 요즘은 생략하는 집안도 많습니다. 1열 뒤로는 병풍을 펼쳐주시는 것 잊지마세요. 요즘은 큰 TV로 디지털병풍을 사용하는 집안도 있다고하니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합시다. 형편에 맞는 방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게 중요하겠죠?
2열, 3열_고기와 생선, 전, 어탕, 육탕 등을 올리게 원칙이라고 하지만 탕이 많을 필요가 있나요. 형편에 맞게 정해서 놔줍니다. 제사상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생선류를 놓고 서쪽에는 육류를 놓아줍니다. 고기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놓는게 일반적입니다. 전이나 튀김의 경우 가지런히 쌓아서 올려줍니다. 생선을 뭘 놓아야하냐고 물어보시는 분을 계신데 조기, 방어, 굴비 같이 어떤 특정한 생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준비합시다.
4열_명태, 문어, 오징어 등의 해산물을 왼편, 오른편에는 식혜를 둡니다. 흔히 말하는 좌포우혜 포지션을 맞춰서 놔주는 것입니다. 저희집에선 식혜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으니 포류만 왼쪽에 놓아주고 물이 있는 자작한 음식을 놔두기도 합니다. 이때 삼색나물류는 포와 식혜의 사이에 올려줍니다. 좌포 우혜 중삼으로 통일합시다.
5열_조율이시(棗栗梨柿)와 홍동백서가 등장합니다. 조=대추 / 율=밤 / 이=배 / 시=감 을 나타내는 말로 그대로 순서를 맞춰서 놓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수있습니다. 대추는 조율이시를 따라서 서쪽에 위치해야하는데 붉은대추는 홍동백서에 맞추면 동쪽에 놔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역시 홍동백서를 따르든 조율이시를 따르는 집안 스타일에 맞춰서 가시면 됩니다.
정약용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他人之宴 曰梨曰枾(타인지연 왈리왈시)’ 남의 잔치에 감놔라 배놔라 이야기하지 말라!
제사 음식 준비할 때 주의할 사항들
● 음식의 간은 짜거나 맵지 않게 조금은 싱겁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 줍니다.
● 탕류와 고기류는 따뜻한 상태에서 제사상에 올라가도록 준비해 줍니다.
● 고기류는 피가 보이는 상태로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습니다. 완전히 익혀주세요.
● 팥은 귀신을 쫓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조상님이 오셔야 하니까요)
● 흰 고물을 쓴 하얀 떡을 올려줍니다. 시루떡은 금지겠죠? (어두운색의 팥떡이니까)
● 고춧가루나 마늘은 넣지 않는 게 기본입니다. (귀신을 쫓는다고 합니다)
● 생선은 ~어로 끝나는 생선을 올려줍니다. _(숭어,민어, 방어 등)
● 생선 중 ~치로 끝나는 생선인 갈치, 꽁치, 삼치 등은 낮은 생선으로 취급해 올리지 않아요.
● 메기나 장어같은 비늘이 없고 긴 생선은 올리지 않습니다.
● 생선은 형태가 온전한 상태의 것만 제사에 올리도록 합니다.
● 한번 차린 제사음식은 다시 올리지 않습니다.
● 복숭아처럼 털이 있는 과일은 피하도록 합니다.
유교 예법서엔 상차림 규칙 X, 형편대로 해라!
이런 상차림에 대한 규칙들은 유교의 전통적인 예법서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퇴계, 이율곡 선생 등은 제사상을 차리 데 있어서 어떤 법칙을 지켜야 되는게 아니고 시대에 따라 다르고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옛 선조들은 제사를 모시며 조상님들을 대하는 태도에 더 중점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명절은 사실 가족간에 모여서 대화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 건강을 빌며 우리 가족 형편과 상황에 맞는 명절 상차림을 차리는 게 중요하겠죠?
전통을 과도하게 지키기 보다는 융통성있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선시대 단종이 짧은 생을 일찍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린 단종을 지켜줄 아버지가 곁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였던 중종은 훌륭한 왕이었으나 세종의 아들로서 삼년상을 지키다가 병을 얻어 일찍 죽었습니다. 이처럼 지나친 예법을 고수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고인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의 가까운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